명절이나 제사를 지내고 나면 갖가지 음식들이 냉장고 속에 포화 상태가 되어 처리하기 애먹는 경우 없으신가요? 어떻게 이 많은 음식들을 남기지 않고 잘 챙겨 먹을 수 있을지 참 고민입니다.
전이나 고기는 냉동실에 넣어두고 차차 데워 먹을 수 있지만, 문제는 바로 나물 종류들입니다. 저 역시 예전에는 큰 반찬통 하나에 시금치, 도라지, 고사리를 보기 좋게 한데 모아 담아두곤 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방심해서 깜빡 잊어버리면 상하기 일쑤이고, 결국 아깝게 버리게 되죠. 고생해서 만든 시간과 공들인 정성을 생각하면 너무 아깝지만, 겉은 미끈거리고 시큼한 냄새가 나는 음식을 식구들에게 먹일 수는 없어 결국 쓰레기통으로 향하게 됩니다. 다들 한 번쯤 겪어보셨을 텐데요.
그렇다면 남은 명절 나물을 어떻게 해야 버리지 않고 알뜰하게 소비할 수 있을까요?
나물이 아직 상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관 기간을 늘리려면, 냉장고에 넣기 전 수분 관리부터 다시 손봐야 합니다. 이미 무쳐낸 나물이라도 손질 한 번만 제대로 해주면 신선도를 이틀 이상 늘릴 수 있습니다.
1. 나물이 유독 빨리 상해버리는 진짜 이유
나물 보관의 핵심인 '수분 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나물이 왜 이렇게 빨리 상하는지 그 원리부터 알아야 합니다.
나물을 무칠 때 채소를 데치거나 볶게 되는데, 이때 식물의 세포벽이 허물어지면서 안쪽에 있던 채소즙이 밖으로 계속 흘러나옵니다. 이 채즙은 달큼하고 영양분이 많아서 세균들이 번식하기 아주 좋은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게다가 맛있으라고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듬뿍 넣고 맨손으로 조물조물 무치게 되죠. 이때 손에 있던 균들이 묻어가기도 하고, 기름이 공기랑 만나면서 며칠 지나면 퀴퀴한 쩐내를 풍기기 시작합니다. 뚜껑 닫힌 반찬통 안에서 수분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히면, 냉장고의 차가운 온도 속에서도 저온성 세균은 서서히 자라납니다.
2. 쉰내 막아주는 초간단 수분 제거와 용기 분리 수칙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미 무쳐낸 나물이라도 딱 3분만 투자해서 보관 환경을 바꿔주면 버리는 일 없이 끝까지 드실 수 있습니다.
종류별로 꼭 따로 담아주세요 큰 반찬통 하나에 시금치, 도라지, 고사리를 섞어 담는 것은 사실 최악의 보관법입니다. 물기가 유독 많은 시금치나 숙주 쪽에서 물이 흘러나와서, 비교적 덜 상하는 도라지나 고사리까지 한꺼번에 썩게 만듭니다. 귀찮아도 꼭 작은 반찬통에 종류별로 따로 담으셔야 오래갑니다.
바닥에 키친타월 깔아주기 반찬통 바닥에 도톰한 식품용 키친타월을 두 장 정도 접어서 깔아주세요. 나물에서 흘러나오는 채즙이 바닥에 고이는 걸 타월이 지속적으로 싹 흡수해 줍니다. 뚜껑을 덮기 전에 나물 위에도 한 장 덮어주면 뚜껑에 맺힌 결로(물방울)가 떨어지는 것까지 막아줘서 훨씬 뽀송하게 보관할 수 있습니다.
먹을 땐 무조건 새 젓가락으로 식사하던 젓가락으로 나물통을 뒤적거리는 건 절대 금물입니다. 젓가락에 묻은 침이 들어가는 순간 부패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집니다. 무조건 깨끗하고 마른 젓가락으로 먹을 만큼만 접시에 덜어내고 즉시 뚜껑을 닫아주세요.
3. 물기 생긴 나물, 안전하게 살려내는 볶음 재가열 팁
하루 이틀 정도 지나서 통 안에 물기가 좀 생겼다면 그냥 차갑게 드시지 마세요. 가볍게 한 번 볶아주면 식중독 걱정도 덜고 맛도 다시 살아납니다.
(※ 단, 주의하실 점이 있습니다. 이미 쉰내가 나거나 미끈거리는 콧물 같은 점액질이 생겼다면 절대 드시면 안 됩니다. 열을 가해도 세균 독소는 안 없어지니까 아까워도 무조건 버리셔야 해요. 냄새 없는 초기 단계에만 이 방법을 쓰셔야 합니다.)
마른 팬에 센 불로 후다닥 볶기 팬을 뜨겁게 달군 다음 기름을 두르지 말고 나물을 올려주세요. 약불로 데우면 채소에서 물만 더 빠져서 나물이 질척거립니다. 중강불에서 젓가락으로 훌훌 털어가며 1~2분 정도 짧게 볶아서 겉도는 수분만 딱 날려주세요.
간장 한 방울로 기름막 코팅하기 수분을 날리면 나물이 좀 메마르고 싱거워집니다. 이때 팬 가장자리에 국간장 반 티스푼, 참기름 한두 방울만 둘러서 빠르게 섞어주세요. 짭짤한 간이 남은 물기를 잡아주고 새 기름이 코팅돼서 맛있어집니다. 볶은 나물은 접시에 넓게 펼쳐서 완전히 식힌 뒤에 통에 넣어야 눅눅해지지 않습니다.
4. 나물도 얼려도 될까? 냉동 가능한 나물 구별법
남은 나물을 무작정 다 얼려버리면 나중에 해동했을 때 질겨서 결국 버리게 됩니다. 채소의 섬유질 구조에 따라 냉동 여부가 결정됩니다.
얼리면 안 되는 물기 많은 나물 시금치, 숙주나물, 콩나물, 무나물은 얼리지 마세요. 수분이 워낙 많아서 얼면서 세포벽이 다 터져버립니다. 나중에 녹이면 물만 흥건하게 빠지고 고무줄처럼 질겨집니다. 이런 나물은 2~3일 안에 비빔밥이나 찌개에 넣어서 빨리 드시는 게 최선입니다.
얼려도 괜찮은 억센 나물 고사리, 도라지, 취나물처럼 질기고 억센 건나물 볶음류는 얼려도 괜찮습니다. 한 끼 드실 만큼만 비닐 랩으로 꽁꽁 싸서 공기를 빼고 지퍼백에 밀봉해 얼려주세요. 나중에 드실 땐 전날 냉장실에서 천천히 녹인 뒤, 물 두 숟갈 넣고 뚜껑 덮어 약불에 찌듯이 볶아주면 금방 무친 것처럼 부드러워집니다.
섞어 담지 말고 종류별로 작은 통에 나눠 담아주세요.
반찬통 바닥과 윗면에 키친타월을 깔아 물기를 잡아주는 게 신선도의 핵심입니다.
냄새가 안 나는 나물은 센 불에 짧게 볶아 수분을 날리되, 쉰내나 점액질이 보이면 즉시 폐기하세요.
고사리, 도라지 같은 질긴 나물만 얼리고, 물기 많은 시금치는 냉장 보관하며 빨리 소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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